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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의 거문고 산조.

 

새해를 맞이하여 음반 정리를 하던 중, 지난 가을에 구입하고 일에 밀려, 들어보지 못한 SACD가 꽂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이 음반은 ‘악당이반’에서 발매한 5장의 SACD음반으로 전통한옥에서 녹음하여, 소량만 공급되었다.
SACD는 우리가 들을 수 없는 가청주파수를 벗어나, 초고음역대의 음까지 재생을 한다.
음이 울려 퍼지는 동안, 공간에서 구성된 구조의 음을 시각적인 이미지로 바꿔 들려 준다. 이 음반이 마음에 드는 것은 ‘퓨어 레코딩’방식이다. 이것은 연주자가 틀리면 다시 녹음해야하는 고된 방식이지만, EQ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음원 그대로를 녹음하는 방식이어서, 연주가의 기량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5장의 음반 중에서 먼저, ‘김준영’님의 거문고 산조를 들어 보았다.
‘거문고’는 우리 전통악기중에서 가장 기품이 있는 소수만을 위한 악기로, 왕가와 높은 벼슬을 한 양반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근세에 들어와 ‘산조’가 거듭 발전하여,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거문고 산조는 1900년대 초에 ‘백낙준’선생님이 형식화하여, 김종기. 신쾌동. 박석기에게 전수하였고, 박석기는 한갑득에게, 한갑득은 김윤덕에게 전수하였다. 현재, 거문고 산조는 남성적이고 호탕한 신쾌동류. 섬세한 음율의 한갑득류가 있다.  김준영님은 한갑득 선생님 류라고 한다.

첫 음의 ‘진양’을 들어본다.
첫음은 5초후에 들리게 되는데, 장구의 음으로 시작한다. 지나치게 음이 중요한 것도 아니고, 스튜디오의 음도 아니다. 너무 골똘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지만, 주위의 풀벌레도 숨을 죽일듯한 음이다.
대청 마루나, 툇마루에서 귀를 세운듯한 친숙한 음이다. 그렇다고, 멍석을 깔아 놓은 마당의 음은 아니고, 천장이 없는 것도 아닌, 수평에 가까운 이미지의 음이다. 바로, 한옥에서 가질 수 있는 소통이 원활한 공간의 ‘음’인 것이다.
요사이 난, 맛이 너무나 바뀌었는데, 짜거나 맵거나 시지 않는 그 어느것도 아닌 수평적인 맛이 좋다. 물을 제외한 4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가면, 맛이 없다. 조리장도 그것이 가장 어렵단다.
그런데, 이 음은 잘 묵은 된장 맛이 난다. 어느 재료에 혼합하여 써도 좋은 오래된 장 맛!

‘엇모리’에서의 음은, 높은 격조의 음이다. 이것이 더 신중한 리듬과 울림으로 한 시절에 풍류를 이야기 했으리라!
‘자진모리’에서, 마이크로 현미경을 보는 듯한 섬세함이 살아 있는 느낌이다.
서양음악이 구조와 틀에 채워 놓은 방식이라면, 악보가 없는 8 : 1/2의 재즈 ‘음’처럼, 예상할 수 없는 구조의  ‘미지의 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뇌가 알 수 없는 그 무엇이기에, 이 음에 빠져 들 수 있는 것이다. 고승의 대답이 그 아무것도 해답을 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추임새의 ‘스’발음도 자연스럽다. 드르렁거리는 오른팔의 ‘술대’가 자유롭다.

우연히 케이블 TV에서 방영한 거문고의 명장 ‘최동식’선생의 거문고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기왓장에 널린 오동판재를 3년동안 자연건조시켜, 밤나무를 뒷판에 댄 형상. 그 음은 익숙한 현의 음이 아니다. 둔탁한 ‘음’이지만, 양쪽의 힘이 당긴 중용의 음이라고 할까?

가야금의 ‘황병기’선생님의 음이 ‘개화’의 이미지라면, 이 거문고의 음은 부들과도 같고, 개화전의 늦겨울과 초봄이 공존하는 시절의 음인듯 하다.  이미지는 옷을 잘 다려 입은 말년의 신사의 ‘음’이다.

거문고 제작 과정에서 최고의 재료가 ‘석상오동’이라고 한다.
100년이상의 바위틈에서 자란 오동나무의 음을 그리며 다시 반복하여, 음을 들어본다.
음을 듣다가, 어깨쭉지에서 손끝까지의 부드러운 놀림으로, 그리고 손바닥에서 다섯손가락의 힘의 조절이 느껴진다. 나도 모르게 점잖은 음으로 흥이 나고 있었고, 우수한 녹음이다.

영혼이 지쳤을 때, 함양한옥에 가보셨으면 한다.

http://www.arumjigihamya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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