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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곡의 음악을 여러 가수가 불렀을 때, 사운드의 이미지에 따라 음이 다르게 들린다.
와인의 맛도 컨디션에 따라 맛이 다르다.
예민한 감각을 세웠을 경우, 더더욱 그 진가는 세분화 되어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 꼬리표를 나열하며 분석을 한다.
간혹, 그들이 만든 오랜 경험을 통한 비율의 브렌딩된 맛이 좋기도 하지만, 단 하나의 품종이 더 마음에 가는 것은, 복잡한 생각을 피하고 순수한 맛을 즐기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맛이 어떻든 간에, 독주(毒酒)와 독주(獨酒)와 낮술이 최고이더라.

새로운 앨범을 듣다가, 이 사람은 더 잘 할 것 같다는 음반/ 이제 원숙기에 접어 들었구나/ 너무 달콤하다/ 는 평을 늘어 놓다가, 맛이 없는 음반을 예의상 걸어 놓고 끝까지 들어 본다. 음을 다 청취한 후, 다시 찾지 않을 CD선반 맨위에 꽂아 놓는다. 나에게 맞지 않거나, 원숙미가 없거나……
사람의 만남도 그런 것 아닌가? 언젠가 너의 음을 이해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혼자 말로 위로도 해 본다.

최근 EBS에서 방영한 ‘와인으로 빚는 나의 왕국’을 우연히 보았다. 인생을 잘 이해하시는 격조 높은 경험의 말들이 들려 왔다. 그분 와인의 맛이 들려온 것이다.
방영이 끝난후, 와인의 맛을 상상을 해본다.
높은 하늘에 머루가 피어나, 구름인지 크림인지 분간이 안가는 여름하늘에 구슬되어, 바이올렛의 진한 색이 모여 발효된 걸죽한 황혼의 맛.
음식을 만들게된 배경을 이야기로 듣고, 시식하면 더 맛이 나는 것처럼, 그분의 와인은 그런 깊은 여정의 맛이 날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구입해서 시음해봐야 겠다.

방송에서, 그분이 운전을 하며 ” 같은 동종업계가 코웍하기를 바란다”는 말씀에 동감한다.
한국은 먹고 살기가 힘든 것보다도, 어느 한 분야이든 서로 돕지 않는 인생의 미성숙함이 있다는 멘트였다.
와인투어를 하면, 어느 누구도 상대방의 와인회사를 비방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방하는 회사가 이상하게 보인다.
한예로, 프랑스의 와이너리의 대표와 식사를 할 경우가 있었다. 중간에 다른 경쟁와인회사 와인이 나왔는데, 유심히 와인의 병을 보며, 너무 좋다고 표현한 그의 인격이 돋보였고, 그것이 일류였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속에 사회가 발전하고, 문화가 건강해진다는 것이 일류사회로 가는 것인데 말이다.

작년, 필리핀에서 돌아오기전, ‘MANILA AMERICAN CEMETERY & MEMORIAL’에 방문했었다.
많은 묘비명과 십자가 그리고 죽음에 대하여, 깊게 생각한 곳이다.
거짓과 시기로 눈이 먼사람에게 보여 주고 싶은 광경이기도 하다.
그 어느 누구도 죽음 앞에 자유로울 수 없지 않은가?  진심어린 용서를 구하는 용기가 필요한데도…….
그곳에서, 우연히 수녀님의 묵상하시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는데, 한참을 침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수녀님 뒤의 기둥 벽면에는 수만명의 죽은이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시간보다 바람이 느린 것을………

Leica C-LUX 3     마닐라 / 2010.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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