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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나 ‘금속으로 빚어 내는 자연의 소리’

스피커 디자이너 유국일(Yu Kuk-il, 劉國壹)는 원음에 가장 가까운 소리를 재현하기 위해서 금속이라는 재료를 택했다. 그의 스피커는 소리 전달의 완벽성에서뿐만 아니라 조형적 아름다움으로도 세계의 인정을 받았다.

[발문]
금속으로 만든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곡선은 긴 세월 하나의 재료에 집중한 결과이다. 얼핏 보기에 화려하고 장식적인 외양은 모두 가장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세부 수단이다.

[본문]
대학에서 금속조형디자인을 전공한 유국일은 어릴 때부터 좋아하는 음악에 자신의 전공을 접목해 1992년부터 금속 스피커를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1998년 MSD(Metal Sound Design)을 설립했으며, 2004년부터는 세계 최고의 유닛(Unit)을 만드는 독일의 아큐톤(Accuton)과 기술 협약을 맺고 협업하며 세계적인 하이엔드 스피커를 선보이고 있다. 그가 디자인한 스피커는 금속이라는 재료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 원음을 전달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조형적인 언어로 풀어낸 점을 높이 평가 받아 세계 최대의 전자•전기 제품 박람회 중 하나인 CES에서 이노베이션상을 3번이나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금속을 택한 이유
유국일이 이끄는 회사의 이름만 보더라도 그가 어떤 디자인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메탈 사운드 디자인(Metal Sound Design). 금속으로 소리를 디자인한다는 의미다. 금속으로 스피커의 형태를 디자인하고, 그 형태를 통해 스피커가 제대로 된 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 그게 바로 스피커 디자이너 유국일이 하는 작업이다. 그가 만든 스피커는 진동판 역할을 하는 유닛(unit)과 회로를 제외하고 외관부터 내부 부품 하나까지 모두 금속으로 이뤄져 있다. 무겁고 단단한 물성을 가진 금속 스피커는 나무로 만든 스피커에 비해 진동이 적어 소리의 왜곡이 없이 맑고 깨끗하다. 이것이 그가 스피커의 재료로 금속을 선택한 이유다. 반면, 금속은 가공이 어려울 뿐 아니라 제조 공정에서 조금이라도 흠집이 나면 상품성이 떨어져 사용할 수 없는 까다로운 재료이기도 하다. 사실 세계적인 스피커 회사들조차도 비용의 문제 때문에 금속 스피커를 생산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그는 이 까다로운 금속을 가지고 1992년부터 20년 가까운 시간을 스피커 만드는 데 보냈고, 그가 디자인한 금속 스피커는 기술적인 면과 조형적인 면에서 모두 그 우수성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는 말한다.
“소재에 대한 전문성은 디자이너에게 필수입니다. 또한 제품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해요. 조립 과정에서 면과 면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사용할 때 어떤 촉감을 느끼게 할지, 완성했을 때 어떤 이미지를 표현할 것인지 등 전체적으로 보는 동시에 과정 하나하나도 세밀하게 고려해야죠. 재료가 지닌 특성과 디자인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좋은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는 금속 중에서도 비행기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두랄루민(Duralumin)’을 재료로 스피커를 만든다. 청동, 주철, 스테인리스 등 다양한 금속을 재료로 만들어본 결과, 두랄루민이 가볍고 단단해 소리에 의한 진동이 적을 뿐 아니라 가공성이 뛰어나 스피커를 디자인하기에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만든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연결되는 스피커의 외관 디자인은 긴 세월 ‘금속’이라는 하나의 재료에 고민을 집중한 결과이다. 얼핏 보기에 화려하고 장식적으로 보이지만 모두 가장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세부 수단이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일치시키기
“눈에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일치하도록 작업합니다.”
이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부 부품까지도 금속을 사용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까지 디자인한다는 것. 이것은 그가 소리를 직접 튜닝(tuning)할 정도로 예민한 청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스피커 디자이너로서 그는 아름다운 형태를 고민하는 것보다 먼저 소리에 가장 적합한 형태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렇게 찾아낸 형태를 자연스럽게 조형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연결시킨다. 대표적인 것이 ‘레아(Rhea W)’ 시리즈에서 볼 수 있는, 등고선처럼 보이는 형태다. 유닛 주변에서 퍼져나가는 파장의 곡선이 점점 낮아지는 이 디자인은 소리의 반사로 인한 왜곡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하늘에 떠 있는 별을 표현한 것이다. 음의 파장을 감소시켜 소리를 명확하게 하는 이론을 적용해 2009년 CES 이노베이션 상을 받았다. 2005년 처음으로 CES 이노베이션 상을 수상한 ‘문(Moon) 2’를 보자. 스피커 통 역할을 하는 두 개의 원통형 인클로저(enclosure)를 장착해 고음역대의 소리를 더 자연스럽게 하는 동시에 지구 주위를 도는 달의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유닛 주변에 구멍을 뚫어 소리의 왜곡을 줄이는 디자인으로 밤하늘의 은하수를 표현했다. 독일 아큐톤 사와 협업한 첫 작품 ‘플라넷(Planet)’은 중고음을 내는 트위터(tweeter)를 앞뒤, 좌우로 회전시켜 좋은 소리를 내는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화성의 주위를 도는 행성을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2006년 CES 이노베이션상을 수상했다. 모두 ‘보이는 디자인과 보이지 않는 디자인을 하나로 만든’ 성과물들이다.

한국의 미는 ‘연결’
스피커를 디자인할 때 그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자연이다. 2001년 이후 그의 작품은 밤하늘을 모티브로 한다. 제품명도 모두 별에서 따왔다. 그는 자연에서 만나는 모든 것이 곧 디자인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면 주변의 모든 것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느낌이 이미지로, 디자인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거죠.”
그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오랜 시간을 보낸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로 꼽히는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2010년 수상작 ‘스완(Swan)’은 4년 걸려 완성했다. 시간이 지나도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다.
“빛깔이 아름다운 고려 청자를 들고 해외에 나가서 본다면 여기서 보는 것과는 다를 겁니다. 우리나라와 햇빛의 양도 다르고 토양의 색도 다를 테니까요. 하늘에 떠 있는 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막에서 별을 보면 붉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바다에서 별을 보면 파랗게 보일 거예요. 어떤 대상이든 그것이 존재하는 장소를 반영할 테니까요.” 그는 디자인을 하면서 자신이 느낀 자연의 이미지를 표현할 뿐 일부러 한국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한 적은 없다고 말한다.
MSD에서 만드는 스피커에는 독일의 아큐톤(Accuton) 사에서 만든 유닛과 독일의 문도르프(Mundorf)에서 만든 네트워크 회로도를 사용한다. 두 회사 모두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것으로 인정받는 곳이다. 2008년 그가 독일의 문도르프(Mundorf)를 찾았을 때, 그곳의 모든 직원은 “당신의 아름다운 스피커에 우리의 부품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전했다. 또한 2004년부터 MSD와 기술 협업을 맺고 있는 세계 최고의 유닛 제조 회사인 독일의 아큐톤(Accuton)은 전세계 34개국에 자신들의 제품을 납품하면서도 소량을 납품하는 MSD를 자신들이 지정한 14개 브랜드로 꼽는다.
이처럼 세계에서 그의 디자인이 인정받고 있지만 그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거나 인정받기 위해서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인정하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자신의 디자인이 어떤지는 자기 자신이 가장 잘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제가 좋아하는 작업을 할 뿐입니다.”

참조//  http://www.koreana.or.kr/ebook/viewer.asp?fcs_mid=0000674&viewer=koad&page=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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